스마트폰 이후의 하드웨어: 웨어러블과 IoT의 진화, 그리고 그 다음
2014년의 약속, 2025년의 현실
2014년은 ‘사물인터넷(IoT)’이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던 해였다. 당시 발간된 수많은 산업 보고서들은 다음과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다.”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다.”
“IoT는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이후 10년이 지난 2025년 현재, 당시의 예측은 일부는 실현되었고, 일부는 과장되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웨어러블과 IoT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애플워치, 샤오미 밴드, 삼성 기어라는 3대 웨어러블의 진화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4년 IoT 열풍과 웨어러블의 부상 — '연결의 꿈'
2014년의 보고서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키워드가 등장한다.
- Always-on Connectivity
- 센서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
- 스마트홈, 스마트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당시의 리서치 기관들은 IoT가 미래 산업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어러블은 이 IoT 인프라 중 가장 직접적이고 개인화된 접점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Gartner, 2014sus IoT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까지 260억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웨어러블은 스마트폰 이후 개인 디바이스 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시점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웨어러블이 바로 애플워치(2015년 출시), 샤오미 미밴드(2014년출시), 삼성 기어시리즈(2013-2014 출시)를 들수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했지만, IoT와 개인 데이터 플랫폼을 둘러싼 전쟁의 선봉장이었다.
웨어러블 삼국지 — 애플워치, 샤오미밴드, 삼성기어의 10년
① 애플워치 – 생태계의 완성자
- 2015년 1세대 출시 당시: "건강기능은 부가적, 알림 디바이스"
- 2025년 현재: "건강, 피트니스, 의료 플랫폼의 핵심"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스마트폰과 이어지는 생태계를 완성했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수면 모니터링은 물론 심전도 측정까지 가능해졌고, Apple HealthKit과 병원 연계 시스템까지 확장되며 의료 영역으로 진입했다. 단순하 스마트 워치가 아닌 건강데이터 수집기로 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② 샤오미 미 밴드 – 저가형 전략의 성공과 한계
- 2014년 출시 당시 가격: 약 15달러
- 주요 타겟: 피트니스 입문자, 저가형 시장
- 판매량: 수억 개 이상, 단일 모델로 세계 최고 수준
샤오미는 미 밴드를 통해 웨어러블 대중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앱 생태계나 B2B 연계 없이, 단순한 센서 기기 역할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ARPU(가입자당 수익)가 낮고,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제한적이었다. 많이 팔았지만,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샤오미 미밴드에 대한 평가이다.
③ 삼성 기어 → 갤럭시 워치 – 하드웨어 중심 전략의 한계와 전환
- 2013년 갤럭시 기어 출시: 세계 최초 스마트워치급 기기
- 초기 한계: 배터리 문제, 앱 생태계 부족, UX 부재
- 현재: Wear OS 연동, 건강 기능 강화, 구글과 협력
삼성은 초기 기술 리더십은 있었지만, 기기의 ‘쓸모’와 ‘지속적인 사용’을 설계하는 데 실패했다. 최근에는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Wear OS를 통합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하드웨어는 ‘플랫폼’이다
웨어러블과 IoT는 단지 새로운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분석, 서비스 연결의 통로로 기능한다. IoT의 본질은 ‘연결’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연결’이며, 웨어러블은 이 연결의 정점에 있다.
특히 AI 기술과의 결합으로 웨어러블은 데이터 수집 기기 → 실시간 분석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예를 들어:
- 스트레스 분석 → 감정 기반 UI
- 연속 혈당 측정 → 보험 상품 연동
- 수면 데이터 → 병원 진료 연계
스마트폰이 끝나고 난 후의 시대에 우리가 계속 몸에 지니게 될 장치는 단순 기기가 아니라 나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피드백을 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웨어러블은 ‘작은 기기’가 아닌 ‘확장된 인간’
웨어러블과 IoT는 처음엔 기술의 발전처럼 보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인간의 행동, 건강, 관계까지 확장시키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 애플워치는 건강 데이터의 플랫폼이 되었고,
- 샤오미 밴드는 대중화의 상징이 되었으며,
- 삼성은 기술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웨어러블의 미래는 결국,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제 웨어러블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습관과 선택’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보고서 분석을 통해 왜 이 산업은 예측이 어렵고, 투자 실패가 빈번한지를 다룬다.
임상 3상 실패, FDA 승인 지연, 유전자 치료 기술의 모호한 수익 모델 등 기술적 진보와 상업화 간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분석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