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투자보고서를 다시 보다: 클라우드 컴퓨팅 예측, 그리고 현실
클라우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였다
2013~2015년은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이 막 성장을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아마존의 AWS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를 통해 느리지만 착실하게 따라잡고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가고 있었다.
당시 많은 보고서들이 클라우드 시장의 급성장을 예측했고, 실제로도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커졌다. 그러나 이 글에서 더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은 “누가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들이 성장했는가”이다. 단순한 용량 경쟁이나 기술적 우위가 아닌, 비즈니스 구조와 플랫폼 전략의 차이가 클라우드 승자와 패자를 가른 핵심이었다.
AWS – 서버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팔았다
📍 당시 보고서의 평가
2013~2014년의 클라우드 산업 보고서들은 AWS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전방위 확장’ 전략에 대한 불안감도 담고 있었다. 특히 전통 IT 기업과 달리 AWS는 서버나 소프트웨어를 파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량 기반 과금’이라는 독특한 수익 구조를 내세웠기에 수익성 우려가 컸다.
📍 실제 전개: B2B 구독 기반 플랫폼의 선구자
그러나 AWS는 기술을 팔지 않았다. 대신 기업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을 팔았다. 스타트업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대기업도 자사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클라우드화할 수 있었다. 특히 2015년 이후 등장한 수많은 SaaS 기업들의 인프라가 AWS 위에서 구축되며, AWS는 ‘현대적 IT 기업 생태계의 인프라 표준’이 되었다.
📍 교훈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고객의 성장에 맞춘 과금 구조, 확장성 중심의 서비스 구조,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에코시스템 구축 능력이 AWS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Azure – 느리지만 가장 강력한 전환 사례
📍 당시 보고서의 평가
2014년까지 대부분의 보고서들은 Azure의 가능성을 ‘있지만 제한적’으로 보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윈도우와 오피스를 주력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이었으며, 클라우드 역량은 AWS 대비 한참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온프레미스 중심의 기업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클라우드로의 전환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 실제 전개: SaaS+PaaS+IaaS 삼각편대
그러나 사티아 나델라 CEO 체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중심 기업’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한다. 단순한 인프라 서비스(IaaS)뿐 아니라, 오피스365 기반의 SaaS, 그리고 Azure 플랫폼 생태계까지 세분화된 구조로 클라우드 시장을 재정의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및 정부·금융 등 레거시 산업과의 호환성을 무기로 B2B 시장을 빠르게 점유했다.
📍 교훈
클라우드는 단순히 서버 이전이 아니라 기업 내부 구조와 수익모델을 바꾸는 전환 전략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전환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 인프라 주도권의 지역화와 확장 실패
📍 당시 보고서의 평가
2014년의 중국 관련 투자 보고서들은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중국 내 ‘국가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막대한 커머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향후 아시아 전역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었다.
📍 실제 전개: 중국 내 강자, 글로벌에서는 제한적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후 중국 정부 및 기업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며 중국 시장 내에서는 AWS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안 우려, 규제 이슈, 정치적 변수로 인해 미국, 유럽 시장에 발을 들이는 데 실패했다. 또한 국내 고객 위주의 커스터마이징 전략이 글로벌화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 교훈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기술보다 제도와 신뢰, 그리고 표준화된 운영 전략이 중요하다. 지역 맞춤 전략이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클라우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 구조’의 재정의였다
10년 전의 보고서들은 클라우드의 성장을 예상했지만, 그 성장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감은 다소 부족했다. 클라우드는 단순한 서버 임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운영 구조, 수익 모델, 파트너 생태계까지 기업의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전환의 구조였다.
- AWS는 창업 생태계를 열었고,
- Azure는 전통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도왔으며,
-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폐쇄 시장’에서 자체적 진화를 이뤘다.
우리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적용 방식’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클라우드 이후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AI 인프라 투자’의 초기 전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다룰 예정이다.